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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실화 범죄 다큐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 줄거리/결말/해석

by 간크니 탐구러 2024. 4. 28.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 : What Jennifer Did> - 딸의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하던 괴물

 

 

 

오랜만에 연차를 내고 쉬던 지난 주 목요일, 넷플릭스에서 볼만한걸 브라우징하다가 상당히 직관적인 제목과 썸네일에 이끌려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짧은 예고편 속에는 당시 범죄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911 신고 녹취본과 이 다큐의 주인공인 제니퍼의 진술 녹화 영상이 교차되어 나오는데 보는 사람마저 짐짓 긴장하게 상당히 잘 만든 것 같다. 심플한 제목, 직관적인 예고편이 아마 이 다큐 유입율에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정보

 

제목 : 제니퍼는 무슨 짓을 했는가 (What Jennifer Did)

장르 : 다큐멘터리

등급 : 15세 이상 

러닝타임  : 87분 

채널 : 넷플릭스 

 

2. 줄거리 

 

캐나다의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 범죄율이 상당히 낮은 도시인만큼 여느때처럼 평화로운 밤을 보내고 있던 911 구조대는 충격적인 내용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 지역에 몇년째 살고 있던 베트남계 이민자 가족의 딸인 제니퍼 판.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집에 무장 강도가 침입했다며 도와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녀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낯선 강도가 집에 침입해 자신의 부모를 공격하고 있으며 자신을 묶어두었다고 설명한다. 제니퍼의 목소리 뒤로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911이 출동했을땐 제니퍼의 엄마인 빅 팬은 사망했고 아버지인 핸 팬 역시 머리에 총을 맞아 중태 상태였다. 범인은 이미 사건 현장을 뜬 이후였기에 경찰의 희망은 유일하게 진술이 가능한 상태의 사건 목격자인 제니퍼 팬에게 달리게 된다.

 

그 다음 장면부터는 제니퍼의 진술 녹화 영상이 이어진다. 제니퍼는 지난 밤, 무장 강도 3명이 갑자기 집에 들어와 자신을 계단에 묶어두고 엄마, 아빠를 비롯한 자기 가족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진술한다. 제니퍼의 진술에 따르면 엄마는 돈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저항했고 실랑이 하는 과정에서 화가 난 강도가 엄마와 아빠를 쐈다고 한다. 

 

경찰은 제니퍼의 진술을 아주 면밀하게 듣는다. 중간 중간 힘들어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진술을 상당히 자세하다. (개인적으로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피해자 상당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PTSD) 증상을 보이는데 그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사건 당시를 잘 기억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제니퍼는 마치 그 어젯밤에 봤던 드라마 줄거리를 읊듯이 막힘 없이 진술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그녀의 진술을 들을 수록 의문점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제니퍼의 요구에 따르면 강도는 돈을 계속 요구했고 돈을 주기 원치 않던 엄마와 실랑이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작 현장을 살폈을 때 강도들이 값비싸게 팔아넘길 수 있을만한 물건들 (카메라 등) 이 없어지지 않았다. 또, 제니퍼는 분명 강도들이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손을 뒤로 묶어서 계단 난간에 묶어두었다고 진술 했는데 그 상태에서 어떻게 핸드폰을 꺼내서 신고를 할 수 있었냐는 점이다. 그 외에도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온 흔적이 없다는 점 (범인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등 의문점은 점점 늘어난다. 

 

계속해서 조사를 이어가던 중, 경찰은 제니퍼의 전남친 대니얼의 존재를 알게 된다. 대니얼과 제니퍼는 고등학교 때부터 7년간 사귀었으나 제니퍼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사이다. (제니퍼의 부모님은 제니퍼가 대니얼과 어울리는걸 원하지 않았다. 제니퍼의 진술에 따르면 제니퍼의 부모님은 제니퍼가 연애를 하는건 학업, 피아노 등에 방해가 되며 시간 낭비라서 반대했다고 한다.) 대니얼이 마약 거래 관련된 일을 하다가 체포된 적이 있기 때문에 경찰은 혹시 이 살인 사건이 마약상, 마피아와 연루된게 아닌가 하는 새로운 가설을 세우게 된다. 경찰은 대니얼이 이 사건에 어떤 식으로던 연관이 되어 있을거라 판단하고 대니얼과 제니퍼의 관계를 계속해서 조사하던 중, 제니퍼가 그동안 많은 이민자 1.5~2세대 자녀들이 그렇듯 부모님에게 학업 성적에 관련된 압박을 계속해 받아왔으며 부모님이 원했던 약대에 합격하지 못하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치고 4년 넘게 등록금 등을 지원 받으며 생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니퍼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압박이 너무 심해 그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유도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핸 팬, 제니퍼의 아버지가 깨어나며 이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3. 결말 / 해석 

 

제니퍼의 아버지는 사건 당시 제니퍼가 묶여 있지도 않았고, 범인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다고 진술한다. 이로 인해 경찰은 제니퍼가 그 동안 했던 진술들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제니퍼와 대니얼이 공모하여 살인 청부업자에게 제니퍼 부모님의 살인을 사주한 증거를 확보한다.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의 압박 아래 이리 저리 말을 바꾸던 제니퍼는 결국 대니얼, 살인 청부업자와 함께 25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제니퍼는 자신이 집착하던 전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부모님이 반대하자 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기 위해 이 일을 저지른것이라고 한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결말은 아니었다. 제목에서부터 제니퍼가 범인일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니퍼의 모든 행실과 진술등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으면서 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 중에 하나는 경찰이 살인을 사주한 증거를 가지고 압박하자 제니퍼가 무너져 울면서 (혹은 무너지는것처럼 연기하면서) 사실은 자기를 죽이기로 되어 있었는데 엄마를 잘못 죽인거라고 한다. 처음엔 이게 반전인가? 사실은 자살 사주였던걸까? 싶어서 아주 잠시 일말의 동정심이 일었다. 제니퍼를 엄청나게 구속하고 압박해왔던 부모님, 제 3자가 보기엔 별 일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당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숨막히고 괴로웠을까, 살고 싶지 않아서 제 손으로 자신의 살인을 사주하는 마음, 그것도 어디서 조용히 죽는게 아니라 꼭 부모님 앞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복수심과 악다구니만 가득 차 있던걸까 싶어서 아주 조금 마음이 미묘하게 짠하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괴물 같은 나르시스트다. 제니퍼는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잘못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어떤식으로 서사를 짜야할지. 자신의 이익과 상황 모면을 위해서라면 어떤 최소한의 선도 없이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만약 팬 부부가 제니퍼와 대니얼을 반대하지 않았고 그냥 그대로 알아서 살게 뒀으면 캐나다의 전청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은 태어나기도 하고 길러지기도 한다. 제니퍼는 어느쪽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