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1> 줄거리/결말/해석 - 학교 찐따인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유럽 왕실 공주?!
어릴 적, 10번은 넘게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었다. 어딘가 모자르고 어설픈, 사람들에게서 인정 받지 못하는 미운오리새끼 같은 여자아이가 사실은 공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스토리, 반짝반짝한 드레스들, 잘 빠진 리무진, 외모 변신을 하고 난 후에 너무나 예뻐진 여자 주인공…. 어린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영화였다.
1.정보
제목 : 프린세스 다이어리1
장르 : 가족,코미디,드라마
등급 :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 115분
OTT 채널 : 디즈니 플러스
2. 줄거리
미아 (앤 해서웨이 배우) 는 화가인 엄마 헬렌 (캐롤라인 구덜 배우) 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두껍게 뻗친 폭탄 머리에, 얼굴의 반을 넘게 가리는 두꺼운 뿔테 안경, 발표 울렁증 탓에 토론 수업 땐 제대로 말도 못하고 교실 밖을 뛰쳐나가기 일쑤인 미아는 평범한 학생보다도 소위 말하는 너드에 가깝다. 그런 미아의 고등학교 생활 최대 목표는 최대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그녀의 목표를 완전히 깨부수는 사건이 일어난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 거의 연을 끊다시피 하고 지내던 친할머니 클라리스 (줄리 앤드류스)가 오랜만에 미국을 방문하게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잔 하러 나간 자리에서 미아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사실 친할머니는 유럽에 있는 제노비아라는 나라의 여왕이며, 돌아가신 아빠는 왕자였고, 미아는 공주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미아는 일단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미아는 제가 공주 체질 (?) 도 아닐뿐더러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재목도 아니라고 하지만 클라리스는 미아가 제노비아의 적통 후계자이며 그녀의 결정이 제노비아의 앞날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미아는 고민 끝에 타협하여 공식적인 후계자 발표 자리가 될 제노비아 독립 기념 무도회 전까지 후계 포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그때까지 미아는 공주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공주 수업을 받게 된다. 외모 변신부터 예절, 사교 댄스, 문학, 문화 등을 배워가던 중 예기치 못한 기밀 유출로 미아가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학교에서 존재감이 투명인간에 가깝던 미아는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미아는 유명인사가 된 미아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단짝 친구 릴리 (헤더 마타라조) 와 갈등을 겪는 등 갑자기 생긴 유명세의 몸살을 겪는다. 그러던 중 평소 미아가 남몰래 동경하던 남학생 조쉬 (에릭 본데튼 배우) 가 미아에게 해변 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고 미아는 꿈만 같은 시간을 즐기지만 결국 유명세를 얻고 싶었을 뿐이었던 조쉬와 미아를 골탕먹이려 작정한 조쉬의 전여친 무리들에 의해 상처 받게 된다.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난 미아는 공주의 삶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끼고 후계 자리를 포기하고 싶다고 얘기하지만 후계 자리를 포기하려면 무도회에서 공식적으로 포기 발표를 해야한다는 말에 겁이 나 아무도 모르게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3. 결말/해석
엄마와 친할머니 클라리스에게 무도회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출 짐을 싸던 미아는 할머니에게서 생일 선물로 미리 받은 다이어리를 챙기다가 그 사이에 끼워져 있던 아빠의 편지를 발견한다. 딸의 16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격려하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아빠의 편지를 다 읽은 미아는 마음을 바꿔 무도회장으로 향한다.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늘 위태위태하던 그녀의 고물차가 고장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도회에 도착하게 된 미아는 자신의 발표 울렁증을 이겨내고 모든 사람 앞에서 공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기로 결정했다고 밝힌다.
어렸을 때 이 영화를 봤을 때 미아는 내게 예쁜 공주 언니였다. 한순간에 인생이 바뀌어버린 그녀를 동경했고, 부러웠고, 그녀가 공주가 되길 거부하는 마음이 이해 되지 않았다. 나 같으면 냉큼 공주가 되겠다고 하고 공주 수업도 엄청 열심히 받았을텐데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은 내가 몰랐던 친척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내 왕실 혈통을 밝혀주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물론 전형적인 순수 한국인 외모의 내가 유럽 왕실의 혈통일 확률은 제로라는 것을 금방 깨닫긴 했다.)
다시 나이를 먹고 극 중 미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이 십대 소녀를 바라보니 예쁜 드레스, 잘생긴 남자 주인공, 왕관, 공주, 경호원, 무도회 등의 반짝거림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보였다. 십대 소녀의 자존감이 얼마나 쉽게 어그러지고 휘둘렸는지, 그땐 그 멋진 친구의 초대가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내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하고 한계를 두었었는지, 생각치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게 얼마나 두려웠었는지, 나 역시 아직까지 생생나게 기억하는 십대 시절의 정서가 조각조각 영화에 묻어 있었다.
‘그저 평범한 학교의 투명 인간’ 이라는 자아상에서 벗어나 두려움을 끝내 극복하고 자기 앞에 놓인 왕관을 덥썩 집어 쓰는 미아는 모습은 여전히 세상의 많은것들이 두렵고 서툰 어떤 서른에게도 더없는 위로가 된다. 두려움이 없는게 아닌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기억하는 용기로 매일의 선택을 채워나가는 어른이 될 수 있길 바래본다.